조각 1
우리가 하나의 빗방울과 다른 빗방울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서늦은 밤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차,명확하게 갈라지는 헤드라이트의 각도처럼밤의 두꺼운 마분지를 찢어왼쪽의 어둠과 오른쪽의 어둠을 구별할 수 있어서눈이 멀 것 같은 찰나의 공포를 지나,밤의 검은 빛깔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색깔들을 건져낼 수 있다면 건져내,외로운 별의 고리에 수술처럼 달아놓을 수 있다면우리는 영혼의 핀셋을 나무의 긴 손가락에 쥐여주고,계절의 톱니바퀴에 감긴 울음과 울음의 결들을 다 뽑아한낮의 푸른 잎으로 달아놓을 것이다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,그 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가,고독이라고 써놓은 깃발처럼 펄럭이는가바람은 힘껏 달아나는 개 뒤에 끌리는 긴 줄이 바닥에 감아치는 문장처럼, 분다/신용목, 시간은 취한 듯 느리고 ..